2007년 6월 6일 수요일

허위 매물 이용, 속칭 ‘낚기’ 성행

[중고차 시장, 사기 매매 '여전']
인터넷 광고 80% 이상 ‘가짜’ … 이전비, 등록세 등 ‘부르는 게 값’

중고차 매매 시장에 허위 매물을 이용한 속칭 ‘낚기’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매매 광고가 확산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이다. 아래 장모(33)씨의 사례는 최근 성행하고 있는 낚기 영업과 사기 비용 청구 행태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취업 후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중고차 구매를 위해 서울시 구로동 매매시장을 찾은 장씨. 단거리 용도에 맞게 저렴하고, 실속 있는 경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을 통해 마땅한 차종까지 선택했던 터라 차량 점검, 시승 등 제반 사항만 점검하면 곧바로 구입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한 시간 전까지 전화 통화로 해당 차량 유무를 확인해줬던 딜러는 장씨가 방문하자, 급매물로 팔렸다며 다른 차를 권유했다.

다소 언짢긴 했지만 권유 차량도 쓸만해 보였고, 시간 낭비만 할 것 같아 별다른 이의 없이 시승대에 올랐다. 그러나 예상했던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매를 포기해야 했다. 딜러는 수수료, 이전비, 각종 세금 등을 합쳐 추가로 50만원 가량을 더 요구했다. 장씨는 경차의 경우 이전비, 취득세, 등록세 등이 면제라는 점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장씨는 “가격이 맞지 않아 구입할 수 없다고 하니 ‘시승까지 하고 발 뺀다’면서 막말을 하더라”면서 “비싼 차량 가액은 물론이고, 법에도 없는 세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중고차량 구매 초보자의 경우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중고차 시장 인터넷 게시판이나 구매 후기 등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 인터넷 매매 광고에 올라온 중고차의 80% 정도가 허위 매물로 치부될 정도다.

한 중고차 딜러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매물의 20% 정도만 실제 구입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딜러들의 경우, 구매자의 중고차 식견이 적다싶으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에는 주행 거리 조작 등이 주로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허위매물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사기 매매를 막기 위해서는, 경험자와 동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중고차 사고이력 조회나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고차 사고이력 조회서비스 카히스토리(CarHistory, www.carhistory.or.kr)는 한 달 평균 3만 건이 넘는 이용건수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보험개발원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본원에서 시작한 클린 운동으로 중고차 매매 시장의 편법 행위가 많이 근절됐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일부 딜러들의 부당 판매 행위가 남아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차량 구입 후 문제들은 대부분 소송까지 진행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소비자들 스스로 최대한 시간을 갖고 꼼꼼히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고이력 조회나 성능 점검 기록부 내용만 믿어서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차량 실제 상태와 정보 내용이 상이한 경우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능 점검 기록부는 해당 카센터에 문의해 대조하고, 경험자와 동반해 시승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 중고차 딜러는 “중고차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딜러들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부단히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고차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많은 만큼 조금만 수고만 기울이면, 터무니없는 사기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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